예언의 그릇

예언의 그릇
source : https://www.thegamer.com/deltarune-vs-undertale-which-game-better-comparison/

예언이라는 요소는 오랜 과거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이야기에 등장하였다. 내가 읽었던 이야기들에서 예언은 주인공의 비극적인 운명을 드러내는 역할을 수행하였는데, 예를 들어 주인공은 신탁으로부터 자신의 비극적인 운명을 암시하는 예언을 듣게 되고, 저주와도 같은 예언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도전을 견뎌내어, 비로소 마침내 예언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다고 생각하였으나, 예언은 어떠한 모습으로도 다시 돌아와 주인공으로 하여금 결국 비극적인 운명을 감내하도록 만든다.

나에게 예언이라는 요소가 재미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아마 그 자체의 유령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언은 예언이 부과된 대상의 어떠한 방식으로도 거부할 수 없으며, 예언이 정한 시간이 도래하면 그것은 대상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예언이 실행되도록 강제한다. 즉, 예언은 언제나 대상의 것이 아니었으며, 대상이 거주하는 차원 이상으로 대상의 인식을 벗어나 생동하는 다른 차원의 세계가 있음을 드러낸다. 예언을 마주한 대상이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예언을 자신의 세계에 실행하는 것이다. 곧, 예언은 서로 다른 차원의 일방향적 소통의 형태라고 할 수도 있겠다.

차원이라는 단어는 사실 나도 막연하게 사용하고 있기에 여기에서 무엇이라고 정의내릴 수 없지만, 나는 서로 다른 대상의 상호작용의 강도를 장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호작용의 강도(빈번함, 인과의 영향력과 같은 측정할 수 있는 요소로 표현할 수 있을까?)가 높을수록 대상은 같은 차원에 있다고 '느껴지게' 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독자 여러분이 생각하는 차원의 정의도 궁금하지만, 나는 차원을 이렇게 생각하기에 예언을 차원의 소통 형태로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 순간 상호작용이 없었던 대상으로부터 연결이 만들어지게 되는 순간. 예언의 방식은 이보다 조금 특이하게, 대상으로 하여금 어떤 행동을 하도록 요구한다.

그것은 왜 대상으로 하여금 원하지 않는 행동을 강제하게 할까? 우리는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없지만, 하나의 차원이 다른 차원에 보다 깊은 상호관계를 만들고자 한다고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는 나를 알지만 나는 그를 알지 못한다. 이렇게 본다면 예언적인 관계는 일상에서도 쉽게 드러낼 수 있는 요소인 것 같다. 예언이라는 요소에 쉽게 숭고함과 비극성을 느끼는 우리의 마음은, 어쩌면 외부의 대상이 자신의 성질을 우리의 세계에 전하여 드러내보일 수 있는 훌륭한 전달 대상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초월적인 고대의 신이, 국가가, 송유관이, 자연이, 디지털 기계가, 모든 대상이 나에게 예견을 한다. 개방된 수많은 포트와 더불어 능동적인 브로드캐스팅 기능까지 탑재한 우리의 마음은 외부 대상에게 너무나도 유혹적인 그릇이다.

예언을 담는 그릇으로써 우리는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예언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스스로도 알지 못하지만 너무나도 능숙하게 수행하고 있는 예언을 흐름에 맞게 실행할 것이며, 우리의 신체에 담긴 수많은 예언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외부 대상이 정확한 시간에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명민한 감각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고대의 영웅과는 다르게 우리의 모습은 예언의 소음에 녹아내려 부유하는 액화된 대상에 가깝다. 너무나도 많은 외계의 신과 연결한 대상의 비극적인 운명일 터이다. 예언의 고통이 밀려 들어온다면, 자신의 예언에 패배하고자 하는 도전에 맞서는 고대 영웅의 이야기를 들으며 예언의 그릇으로의 나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바라보자. 고독은 예언의 그릇에 맞지 않다. 오직 무아의 행복만이 예언에 담겨있다.

source : https://www.reddit.com/r/ralsei/comments/1lkmqf9/sometimes_knowing_things_it_hu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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